2015 완전한 유물 Relics in their Integrity

완전하다는 것은 결코 이룰 수 없는 상태, 즉 허상, 환상, 혹은 유토피아와 같다. 역사는 완전함을 추구해온 과정이며, 이 불가능성을 향한 열망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유물(遺物)’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선대의 인류가 후대에 남긴 물건.
2) 예전에 통용되던 제도나 이념 따위가 이미 그 효력을 잃어 쓸모가 없어졌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유품(遺品)의 동의어.
 
<완전한 유물 Relics in their Integrity>유물은 두 번째 정의에 가깝다. 오랜 역사의 과정에서 숱한 유물들이 생겨난다. 물질의 쓰레기도 정신의 쓰레기도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완전하다. 바꿀 수 없는 과거, 고정된 시간. 변하지 않는다는 절대조건이 만들어내는 거시사의 아우라(aura)가 목적 잃은 이동의 굴레를 계속 돌려 나아간다. ‘완전함을 좇는 길에 떨궈지는 유물들과 이 유물이 갖는 자신만의 허구적 완결성’. 나는 이 굴레 속에서 버려지기를 반복하는 미시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일상의 쓰레기들로 직조된 가상의 스펙터클한 풍경이나 은유적 인물을 통해 그 모순적 상태와 함께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의 연관성에 대해 드러내고자 한다

2014 (KR/EN)

주로 현대 도시사회의 시스템과 사람들을 관찰하며 작업해오다가 최근 들어 내 개인의 서사를 대상화하기 시작했다. 모친을 형상화한 <모르는 얼굴>연작과 <망가진 꽃밭>은 재개발지역의 파괴된 풍경과 이에 반응하는 집(가정)에 대한 내 유년의 기억을 회화로 옮긴 것으로, 이 과정에서 가정과 사회의 구조적 연관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버려진 비닐하우스 내부구조를 바탕으로 심리적 풍경을 구체화한 작업 <하우스>, 주로 거시적 시점에서 불특정다수를 소재로 했던 지난 작업과 개인적 서사와의 상관관계를 내포한다.
 
같은 맥락에서 <망가진 바다>의 경우, 백령도 일상의 미비한 이미지들로 현존하지 않는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재구성했는데, 이는 과거와 현재, 가정과 사회, 개인과 역사의 그물 안에서 긴밀히 뒤섞이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분단 상황의 긴장과는 대조적이면서도 납득이 가는 백령도의 일상 풍경(촬영한 숲, , 바위, 그물, 밧줄, 철조망 따위들)을 갈라지는 바다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구겨 넣듯 배치하고 붉은 색을 주조로 하여 살과 피의 느낌을 기도했다. 바다의 물결과 흐름을 일시적으로 고정된 형태로 보여주는 사빈의 이미지를 참고로 전체적인 형태를 잡았는데, 이는 즉 지금 어지럽게 출렁이는 바다가 아니라 과거의 뚜렷한 흔적이 라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장소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들이 과거의 역사적 서사와 긴밀히 상통하고 있음을 하나의 조작된 허구의 기념비적 풍경으로 보여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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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ten, exceedingly ordinary landscapes conceal a kind of new colony stemming from material desires that verge on dissipation. Advancing through meaningless movement, the people just hover about within the canvas, but the image isnt strange at all. This isnt because the backgrounds of the paintings are modern, but because these landscapes are no different from the whole of human history. But the hunger for purpose continues. This is the eruption of the desire to escape the system and the feeble display of human ideals that lie hidden away at the bottom, losing force.


While my previous works were mainly an observation on the social system and people of contemporary cities, my recent work are expressing symbolic forms out of specific places with historical background they have. For example, Broken Sea (2013) is about Baekryungdo the island located in the northernmost end of South Korea and in between two Koreas (South and North). Despite its geopolitical factors, there are residents living their daily life. During my last visit, I took some photos representing their circumstance such as rocks, ropes, wire mesh, fishnet, and more. On my canvas I intended bifurcate sea putting those elements in the sea separating on the canvas with red based color suggesting blood and flesh. Moving wave and fixed sand hills leads distinct trace from some past moment. It reconstructs a sight of something that doesnt exist, and raises up issues of individual and history weaved in the net of past and present.



2013

매끈하게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이전에 존재했을 삶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재개발 지역을 찾은 나는 빈집의 잔해들에 둘러싸여 본인의 가정을 망가진 꽃밭에 비유했던 모친의 글을 떠올렸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사회라는 정체불명의 거대구조 앞에 개인의 가정이란 유리알과 다름없다. 소수를 위한 경제적 혜택과 허울뿐인 명분으로 무장한 재개발은 쫓겨난 사람들의 수탈된 삶을 은폐한다. 나는 재개발지역의 파괴된 풍경과 이에 반응하는 내 유년의 기억을 회화로 옮기기로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살풍경한 폐허가 갖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는 불쾌한 아이러니를 감지하면서 나는 우선 대상의 구체적 형상에서 비롯되는 감상적 정취를 제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지난 전시의 벽화 조각들에서 보이는 비구상적 요소를 끌어왔다.
모친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던 모르는 얼굴전에서, 나는 2010이 사람을 보라전의 날개 벽화를 무작위로 찢은 뒤 빈 캔버스 주변에 재배치하고 여기서 파생된 형과 색으로 작업한 4점의 회화를 전시했었다. (2012년 작가노트 참조)
이 중 3점은 모친의 모습을 어느 정도 형상화했고, 1점은 망가진 꽃밭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발지역의 버려진 비닐하우스 내부의 사진을 바탕으로 구조만 살리면서 심리적 풍경을 구체화한 것이었는데 이 작업이 이번 전시의 초석이 되었다. 또한, 이 방식은 주로 거시적 시점에서 불특정다수를 소재로 했던 지난 작업과 개인적 서사와의 연결성을 나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