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에 던져진 야생상태의 인류가 최초로 느낀 감정은 ‘두려움(懼)’이었다한다.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하면 생존본능에 의해 위험을 감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동굴 따위의 피난처로 숨어들게 하는 스위치. 수백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스위치는 건재하다. 아니, 오히려 두뇌의 용량에 비례하여 점진적인 진화를 이루었다고 해야 할까. 도시정글이라 명명하는 새로운 약육강식의 사회를 건립하고, 물리적인 빛으로 추방한 어둠과는 다른, 시스템의 구조적인 어둠에 지배받기 시작했다. 진화된 공포에 의한 두려움은 물질적 풍요를 미끼로 하는 여가나 유흥 따위의 수단들을 통해 번복되는 무감각을 덥석 물게 한다. ‘안’에서 자신의 독립을 평화롭게 즐김에 따라, ‘밤’에 대항하는 스스로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안’과 ‘밤’이라는 공간적, 시간적 특정성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주변상황들을 몇 가지 내러티브로 형상화했다.
해바라기 suntrap
야경(夜警) night watch
밤의 황제 emperor of night
발언 speech
문화당서점 used book store
유리(遊離) cage
청년(靑年) youth
밤눈 night snow
두려움은, 눈과 귀를 가리고 입 다문 채 고독하게 살아지는 생물학적 생존만을 위한 스위치가 아니다. 마취에서 달아나 ‘안’에서 일보 내딛기 위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밤’은 직시되어진다.